전시회의 하이라이트
제1장 혼아미 가문의 가업과 법화 신앙 ― 고에쓰 예술의 원천
혼아미 고에쓰의 다채로운 예술 활동을 통해 탄생한 서화와 미술 공예품은 오늘날 ‘고에쓰’라는 이름으로 일본 미술사에서 강한 존재감을 빛내고 있다.
고에쓰는 도검의 연마와 감정을 가업으로 삼은 도검계의 권위 있는 집안인 혼아미 가문에서 태어났다. 도검의 가치를 끌어내어 감정하는 심미안과 감성, 그리고 도검으로 연결된 인맥은 고에쓰의 인생 후반부에 꽃핀 예술 활동의 밑거름이 되었다. 또한 혼아미 가문은 니치렌 법화종에 대한 신앙심이 두터웠고 고에쓰 역시 열렬한 법화 신자였다. 고에쓰는 홋케마치슈(니치렌 법화종을 통해 모인 유복한 상공업자)와의 연결망 속에서 다양한 미술 공예 분야의 장인들과 함께 조형에 관여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 장에서는 혼아미 가문의 가업과 신앙에 관련된 작품들을 통해 고에쓰 예술의 원천을 소개한다.
제2장 우타이본과 고에쓰 마키에 ― 끊임없이 터져 나온 언어와 조형
섬세한 마키에 기술에 큰 납판을 이용하여 화려한 나전 기법을 자유자재로 구사한 대담한 조형이 근세 초기에 갑자기 등장하였다. 에도시대 초기의 화가인 다와라야 소타쓰의 작품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을 선보이며 틀에 박히지 않은 자유로운 매력을 뽐낸 이러한 일련의 칠공예 작품은 근대 이후 ‘고에쓰 마키에’로 일컬어져 왔다. 이는 혼아미 고에쓰가 직간접적으로 제작에 관여했다는 데서 비롯되었다. 이 무렵, 고에쓰를 비롯한 상공업자, 귀족 가문, 무사 가문 사이에서는 ‘우타이’(전통 예능 노가쿠의 가사와 문장)가 널리 유행하여 이를 호화롭게 장정한 책인 ‘우타이본’도 등장하였다. 와카와 렌가 등의 문예를 통해 체득한 언어와 도상이 당시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졌을지를 생각하며, 참신한 형태에 도달한 조형의 흐름과 한정적인 도상을 해석하는 풍부한 문학 세계를 통해 ‘고에쓰 마키에’의 면모를 새롭게 조명한다.
국보마키에 배다리무늬 벼루함혼아미 고에쓰 17세기
제3장 고에쓰의 필선과 글씨체 ― 이차원 공간에 펼친 묘기
참신한 도안의 종이를 사용한 와카 두루마리 작품으로 대표되는 고에쓰의 글씨는 두께에 변화를 준 필선의 강약과 더불어 밑그림과 조화를 이루며 능숙하게 흩트려 쓴 필체가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고에쓰 글씨의 특징은 이러한 대담한 장식성만이 아니다. 고에쓰가 필사한 니치렌 법화종과 관련된 날카롭고 긴장감이 감도는 글씨에는 고에쓰의 진지한 신앙심이 담겨 있다. 편지에서 살펴볼 수 있는 정감 넘치는 선의 모습은 고에쓰의 타고난 성품을 말해주는 한편, 말년에 두드러진 붓의 떨림은 중풍을 앓던 고에쓰가 병마와 싸운 흔적으로 짐작된다. 다채로운 표정을 보여주는 필선과 글씨체를 통해 달필가로 칭송받던 고에쓰의 살아있는 표현력을 소개한다.
제4장 고에쓰 찻잔 ― 흙으로 빚은 도검
고에쓰가 도자기 제작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1615년에 도쿠가와 이에야스로부터 교토의 다카가미네 지역을 하사받은 이후로 추정된다. 특히 도공 조지로가 라쿠 도자기를 창시한 이래 찻잔 제작을 생업으로 삼은 라쿠 가문과 친분을 쌓으며 손으로 빚어 만드는 찻잔 창작에 힘을 쏟았다. 찻잔 한 점 한 점마다 형태와 유약의 느낌이 달라 각각 눈에 띄는 개성이 묻어나며, 완급을 주어 깎아낸 형태와 흙의 질감을 살린 독특한 유약에서 도검의 세계를 살아온 고에쓰 특유의 예민한 조형 의식을 엿볼 수 있다.